지난 6월 중순 암호화폐 담보대출 프로토콜 컴파운드가 유동성채굴을 시작한 뒤 거버넌스 토큰 COMP의 가격이 이성을 잃은 채 고공행진을 했습니다. 그에 따라 여러 디파이 토큰이 줄줄이 등장했고, 수개월 만에 이들 토큰은 240% 가까이 오르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컴파운드가 시작한 ‘유동성채굴(Liquidity Mining)’도 빠른 시간에 시장에 자리잡게 됐습니다. 유동성채굴(혹은 이자농사)이란 말 그대로 유동성을 제공하는 대가로 보상을 지급하는 개념입니다.
그렇다면, 최근 디파이 토큰의 가격 상승에 대해 몇 가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1. 디파이 시장, 얼마나 컸나
2. 유동성채굴은 정말로 풍부한 유동성을 제공할까?
3. 디파이 토큰의 가격은 얼마나 올랐을까?
4. 디파이 거래량, 거래소에 집중돼 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1. 디파이 시장, 얼마나 컸나
우선 디파이 시장 규모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코인게코가 집계한 데이터를 보면 8월 10일 기준 62개 디파이 프로토콜의 총 시가총액은 112억달러 수준입니다. 지난 6월 초 대비 무려 3.6배나 상승했습니다(물론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에 비하면 3%에 그치는 미미한 수준이긴 합니다).
이중 최근 핫이슈로 떠오른 체인링크(LINK)의 시가총액이 50억달러로 전체 디파이의 44.8%를 차지합니다. 현재 체인링크는 비트코인캐시를 제치고 시총 5위로 부상했습니다. 7위 비트코인SV를 추월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말이죠. 디파이 열풍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체인링크를 비롯한 오라클 솔루션(블록체인 밖에 있는 데이터를 블록체인 안으로 가져올 때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은 그닥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디파이 인기에 힘입어 여러 오라클 관련 암호화폐 가격이 크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체인링크 가격 왜 이래? 한 달만에 117% 상승?!
올해 가장 강세를 보인 암호화폐가 있다면 바로 체인링크(LINK)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 가격이 널뛰기를 했습니다. 체인링크는 지난 3월 발생한 ‘검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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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디파이 붐을 일으킨 컴파운드(COMP)와 메이커다오(Maker), 신세틱스(SNX), 에이브(LEND)의 시가총액은 1~5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중 COMP와 Maker 시총은 모두 5억달러를 넘어섰고 시장점유율은 각각 4.91%, 4.89%입니다.
여기서 언급한 시가총액은 이미 시중에 유통된 토큰을 기준으로 책정한 겁니다. 만약 아직 채굴되지 않은 토큰 수량까지 포함한다면 디파이 시장 규모는 지금보다 약 60% 많은 290억달러에 육박하게 됩니다.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두 달밖에 안 되는 기간 내 디파이의 유동성채굴은 3분의 1이 진행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려될 만큼 굉장히 빠른 속도죠. 물론, 이는 토큰이 현재 가격을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서 성립합니다.
2. 유동성채굴은 정말로 풍부한 유동성을 제공할까?
유동성채굴의 목적은 이용자들로 하여금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유동성채굴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유동성을 일으킬까요. 디뱅크 자료에 따르면 컴파운드의 대출금액은 6월 초 1900만달러에서 8월 10일 10.5억달러로 무려 54배나 늘었습니다. 거버넌스 토큰 COMP 출시 후 55일간 하루에 1792만달러씩 대출금액이 늘어난 셈입니다. COMP가 컴파운드의 유동성을 촉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디파이 프로토콜은 어떨까요. 에이브와 dYdX를 비교해보면, 에이브는 유동성채굴을 실시한 반면 dYdX는 하지 않았는데요. 6월부터 최근까지 두 달여간 에이브 대출금액은 501%나 늘어났지만 dYdX는 38%에 그쳤습니다. 유동성채굴 여부가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낸 것이죠.
3. 디파이 토큰의 가격은 얼마나 올랐을까?
디파이 토큰의 최근 수개월새 고공행진 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6월 이후 시총 20위권 디파이 토큰(스테이블코인 DAI 제외)의 가격은 244% 상승했습니다. 이중 밴드(BAND) 상승세가 매섭습니다. 6월 초 1.62달러에서 8월 10일 14.9달러로 무려 820%나 폭증했습니다. 카바나 신세틱스도 같은 기간 400% 넘게 올랐습니다. 의외인 것은 컴파운드의 COMP는 83.73%로 이들에 비해 비교적 얌전한(?) 상승세를 보였다는 점입니다. 불이 다른 곳으로 옮겨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거래량은 어떨까요. 6월 들어 일 거래량이 가장 많은 건 체인링크였습니다. 하루 평균 6억달러 이상 거래됐습니다. 나머지 토큰들은 1억달러가 채 안 되는 데 비하면 엄청난 인기입니다. 거래량이 많다 보니 가격도 높은 수준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4. 디파이 거래량, 거래소에 집중돼 있다?
디파이의 탈중앙화 기조와는 모순되는 일이지만, 대다수 디파이 토큰의 유동성은 중앙화 거래소에서 공급을 했습니다. 예컨대 BAND, LABA 거래량의 80%는 모두 바이낸스에서 비롯됐습니다. LRC 거래량의 57%는 오케이이엑스에서, COMP 거래량의 51%는 코인베네에서 나왔습니다. 물론 유니스왑 같은 탈중앙화 거래소를 통해서도 적잖은 디파이 토큰이 거래되고 있긴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디파이를 주로 이용할까요? 이더리움 기반 디파이의 경우, 시총 상위 20위권 디파이 토큰 주소는 모두 92만5000개가량 됩니다. 이중 LINK, LEND, ZRX, DAI 보유 주소 수는 각각 10만개가 넘습니다. 이에 비해 COMP 보유 주소 수는 2만2400여개에 불과합니다. BAND와 YFI는 각각 5400개, 4500개로 이보다 훨씬 적습니다. 지갑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이중 일부는 거래량 대비 우려스러울 만한 수준입니다.
최근 7일간 사용된 주소 수는 얼마나 될까요. 댑토털에 따르면 메이커다오 주소 수가 약 1만개로 가장 많습니다. 그 다음 밸런서와 신세틱스가 각각 4000개 정도입니다. 컴파운드와 연(YFI)는 각각 2440개, 1400개에 불과합니다. 지갑 수와 실제 이용자 수는 또 다른 개념이기 때문에 아직은 디파이 이용자 수가 매우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상위 50개 지갑에 총량의 50% 정도가 들어가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소수가 디파이를 독점하고 있고, 실제보다 시장이 지나치게 부풀려 있다는 의미입니다.
디파이는 말 그대로 탈중앙화 금융을 일컫습니다. 탈중앙화와 권력 분산,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을 분배하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디파이 붐은 소수에게 권력과 수익이 집중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직 초창기라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한 차례의 광풍으로 끝나지 않을지 염려스럽기도 합니다. 어쨌든 올해는 옥석가리기에도 바쁜 한 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데, 좀더 관심있게 시장을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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